본문 바로가기
전체

잠바는 미국에선 점퍼가 아니다. 무스탕 코트가 머스탱이 아니듯이..

by 우oㅏ 2023. 8. 8.
반응형

아직은 열대야로 잠 못 이루는 8월이지만 좀 있으면 언제 그랬냐 싶게 찬바람이 솔솔 부는 가을이 찾아올 것이다. 이때 사람들은 겨울 옷을 꺼내 입기 전에 간단하게 '잠바'를 꺼내 입는다. 대학교 과에서 만든 잠바는 줄여서 '과잠'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등 잠바라는 단어는 익숙하지만 뭔가 일본식 영어인 재플리시처럼 들린다. 그리고 잠바의 본딧말은 점퍼(jumper)라고 알고 있고 심지어 국어사전에도 잠바/점퍼가 나와 있다. 그러나 영미권 국가에 있는 옷가게에 가서 점퍼(jumper)를 보여 달라면 엉뚱한 것을 보게 될 것이다. ^^
 

반응형

 

영어권에서 점퍼(jumper)는 잠바가 아니라 스웨터다.

당장 구글에서 jumper로 검색하고 이미지를 살펴보자. 그러면 아래 사진과 같은 스웨터류가 검색되고 우리가 아는 잠바/점퍼는 도무지 찾을 수가 없다. 사전을 찾아보니 영국식 영어에서 jumper는 sweater와 같은 의미이고 북미 영어에서는 'a collarless sleeveless dress, typically worn over a blouse'라고 나와서 주로 여성이 블라우스 위에 덧입는 (카라와 소매가 없는) 드레스를 뜻한다. 디즈니의 미녀와 야수에 나오는 주인공 벨의 (춤출 때 입은 노란색 드레스 말고) 푸른색 평상복이 그런 형태로 보인다. 
 

영어로-jumper를-검색하면-이런-스웨터-사진이-나온다.
영어로 점퍼(jumper)는 이런 스웨터 류를 의미한다.

 

그러면 한국의 잠바/점퍼는 영어권에선 뭐라고 하나?

한국의 잠바/점퍼에 대응하는 영단어는 무엇일까? 그냥 재킷 (jacket)은 상의 겉옷을 모두 아우르는 말이라서 더 범위가 넓고 집업재킷(zip up jacket)이나 바람막이 형태면 윈드브레이커(windbreaker), 또는 과잠이나 야구잠바처럼 허리가 짧아서 속의 티셔츠가 삐져나와 보이는 형태는 블루종(blouson jacket)이라고 부른다. 반대로 허리가 긴 잠바/점퍼는 사파리 재킷(safari jacket)으로 부른다.   
 

잠바/점퍼는 도대체 어디서 온 말일까?

정설이라기보다는 추정에 가까운 가설이 있는데, 재킷의 일종인 jupe가 일본으로 넘어가면서 어쩌다 보니 '잔파'로 불리고 우리나라로 전해지면서 '잠바'가 되었다는 설이다. 참고로 jupe는 영어 사전에는 남자가 입는 재킷이나 숏코트(a jacket or short coat worn by men) 또는 여성이 입는 재킷이나 짧은 소매의 덧옷(a jacket or bodice worn by women)을 의미한다.
 
또 다른 가설로는 낙하산 부대에서 뛰어내리는 점퍼(jumper)들이 입는 옷을 일컫는 것에서 유래되었다는 설도 있다.

마치 우리가 시어링 코트나 (shearling: 털을 깎은 양의 가죽을 의미) 또는 같은 의미인 무톤/무통 코트 (mouton: 프랑스어에서 유래된 말로 양털 가죽을 가공한 것)를 '무스탕 코트'로 부르 듯이 오해로부터 비롯된 말이라는 설이다. 참고로 무스탕은 영어 머스탱(mustang: 야생마란 뜻)에서 온 것인데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 전투기 기종 이름이었다. 이때 무스탕 전투기를 몰았던 파일럿들이 입던 옷을 누군가 오해해서 무스탕이라고 불렀다는 설이 있다.
 
혹시 이런 상황이었을까?
 
- 오해한 사람 A: (무통 자켓/시어링 자켓을 가리키며) 헤이~  멋진데? 
 
- 머스탱(전투기) 파일럿 B: (자기 전투기가 멋지다고 한 줄 알고) 뭐? 이 '머스탱' 말하는 거지? 암 멋지고 말고~
 
- A: 오? (그 옷을) 머스탱/무스탕이라고 불러?
 
- B: 응, 그렇지. (내 전투기는) 머스탱/무스탕이야. 
 
- A: (다른 사람들에게 가서) 얘들아 저 옷이 이름이 무스탕이래...
 

다시 잠바/점퍼로 돌아와서... 그러면 왜 국어사전에 잠바/점퍼가 등재되어 있을까?

사실 언어라는 것은 생물과도 같아서 수명이 다하면 없어지기도 하고 사람들이 관용적으로 많이 사용하면 그대로 표준어가 된다. 유래가 어찌 되었든 우리나라에서는 사람들이 많이 써왔고 쓰고 있기 때문에 점퍼/잠바가 표준어인 것이다. 아무튼 우리나라에서만 통용되는 한국어(?)이니 영미권 지역에서 점퍼/잠바를 찾을 때 알고 대응(?)하자. ^^

728x9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