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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름지고 장에 간다. 밴드 웨건 효과

by 우oㅏ 2023. 3.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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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인을 만나다.

머리 좀 식히려고 잠깐 동료랑 바람 쐬기로 했다. 그런데 마침 선물용 와인을 사야 한다고 같이 바로 옆 건물에 있는 와인 샵에 가자고 한다. 별생각 없이 흔쾌히 따라간다. 잠깐의 와인 구경 후 계산을 하는데, 마침 그 점포에서 몇 병 이상 구매 시 스크래치 복권으로 사은품을 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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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권을 고르라는 와인샵 직원에게 동료가 한마디 한다.
"저만요?"

나도 복권... 아싸, 그래 오늘의 귀인은 당신이다.
 

와인을-따른는-사진
사은품은 와인잔이었다. ^^

거름 지고 장에 간다.

스크래치 복권을 긁었더니 다행히(?) 둘 다 똑같은 상품이 당첨되었다. '땡큐 브로!'를 외치며 오간 말.  

"이야 거름맨 한 보람이 있군!"

"거름맨이 무슨 말?"

그렇지, 거름맨이란 말이 따로 널리 쓰이는 말이 아니긴 하지.

별로 유명하지 않은 옛 속담에 '거름 지고 장에 간다'는 속담이 있다. '남이 장에 간다고 하니 거름 지게 메고도 따라간다.'가 원래 문장인 듯하다.

속담의 의미는 전혀 시장에 갈 목적도 없고, (거름통을 지고 있으니) 시장에 갈 상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좋아 보이니 따라간다는 것이다.  

예전에 같은 연구실 사람들이 실속 없이 남들 따라가는 것을 빗대어 긴 속담을 줄여서 '거름맨'으로 칭했었다.

나중엔  아예 ‘나 어디 다녀와야 하는데 거름맨 할 사람? (같이 갈 사람?)' 이런 식으로 쓰곤 했었다.
 

유사한 표현, 친구 따라 강남 간다.

아무튼 이를 설명하고 나니, 그럼 '친구 따라 강남 간다'와 유사하군.. 이야기가 이어진다.

사실 요새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말의 느낌이 좋고 나쁨을 떠나서 자기 생각 없이 시류에 휩쓸리거나 유행을 그냥 추종하는 경우 등 '약간 부정적인 뉘앙스'로 사용하는 것 같다.

참고로 옛말은 주로 중국 고사에서 유래되는 경우가 많아서 그런지 '강남'은 양쯔강 이남을 가리킨다. 과거엔 대체로 물자가 풍족하고 기후가 좋으니 살기 좋은 (좋아 보이는) 곳으로 따라서 간다는 의미일 텐데 우연히도 우리나라 강남도 하나의 판타지로 자리 잡아서 무엇을 생각하든 의미는 통한다.


사자성어로 비슷한 말, '부화뇌동'

한자 사자성어에도 비슷한 말이 있다.
'부화뇌동' (附和雷同) 이라는 사자성어이다. 붙을 부(附), 화합할 화(和), 우레(천둥) 뢰(雷), 같을 동(同)의 글자로 작은 소리는 큰 천둥소리에  다 묻히듯이 천둥에 붙어서 같아진다... 즉, 자신의 소신 없이 다른 사람의 큰 목소리(의견)에 따라 간다는 뜻이다. 역시 자신의 생각 없이 맹목적으로 남을 따라서 거름을 지고도 장에 따라가는 상황과 유사하다.

영어로는 밴드 웨건 효과 (편승 효과)

이와 비슷한 의미를 나타내는 용어로 '밴드웨건(Band  Wagon)효과', '편승 효과'  등이 있다.

예전 미국 서부개척 골드러시 시대에 어디서 금광이 발견되었다 싶으면 노동자 유입을 위해 마차에 연주하는 밴드를 태우고 신나는 음악을 연주하면서 광고를 크게 했다고 한다. 사람들이 시끄러운 밴드에 줄을 서서 따라가는 모습을 '밴드 웨건 효과'라고 한다.

큰 행사나 거기에 열광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줘서 '어? 나도 참여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는 느낌을 주는 것이다.

정치권에서 전당대회 등으로 뉴스에 많이 노출되면 지지도가 오르고, 홈쇼핑에서 지금 막 주문이 몰려들고 있고 곧 매진이라는 소리를 들으면 관심이 더 높아진다. 전형적인 (그래서 효새는 잘 안먹힐 것 같지만 그래도 계속 사용하는) 마케팅 기법이다.

오늘의 결론

누가 어디 간다고 하니 좋아 보여 그냥 따라가면 친구 따라 강남 -> 내가 다른 데 가던 중인데도 목적지를 바꾸어 친구 따라가면 거름맨 -> 친구가 스크래치 복권 경품 받았다고 소문 듣고 떼 지어 몰려가면 밴드웨건 효과.

그러고 보니 숭어가 뛰니 망둥어도 뛴다는 것도 결이 비슷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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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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