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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개 이야기, 사실은 근거 없는 사실

by 우oㅏ 2023. 3.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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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의 단골 예시, 70년을 사는 솔개?

기업체에서 외부 초청 강연을 하면 조직의 체질 개선이나 중년 회사원 대상으로 자기혁신의 필요성을 전달하기 위해 심심치 않게 인용되는 솔개 이야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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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야기 속에 나오는 솔개는 약 70년쯤 살 수가 있는데, 중간에 40년쯤 지나면 부리와 발톱이 너무 자라 구부러져서 더 이상 사냥하기 힘들어진다는 것이다. 그때쯤 생각이 깨인(?) 솔개는 스스로 부리를 부러뜨리고 발톱을 빼고 고통스러운 갱생의 시간을 견디다가 새로운 부리와 발톱이 자라나면 30년을 더 생생히 살아간다는 것이다. 이와 반대로 현실에 안주(?)해버린 솔개는 자신을 리뉴얼하지 못하고 40년 만에 생을 마감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것은 그냥 감동적인 우화다.

조직의 입장에선 나름 잘 나가고 있다가 미래 방향을 고민하고 있거나 체질 개선이 필요한 시점에 이런 우화를 들으면 ‘그래 대대적인 리뉴얼이 필요해!’ 이렇게 용기를 북돋을 수 있을 것이다. 

개인으로서는 이른바 40대 초중반에 접어든 사람들에게 다시 한번 절차탁마하고 크게 롱런+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기 위해서 잘 먹히는 이야기일 것이다. 그런데 ‘눈이 녹으면 봄이 온다’ 보다는 ‘눈이 녹으면 물이 된다’가 더 마음에 드는 사람이라면 듣는 순간 의심할 수밖에 없는 내용이다. 

 

하늘에-떠있는-맹금류-사진
응? 내가 70년을 산다고?


발톱이 빠지면 다시 나는데 몇 달은 걸리지 않나? 그리고 발톱은 성장 조직이니깐 다시 난다고 쳐도 부리가 다시 복구된다고? 그리고 몇 달 동안 사냥을 못하는데 그냥 굶어 죽는 것 아닌가? 솔개 전용 푸드 뱅크라도 운영하나? 혹시 재생 능력이 X-men 힐링팩터 급일까? 이런 생각이 마구 밀려들었다. 

워낙 유서 깊은(?) 이야기라서 아직도 사실로 믿는 사람도 많은데, 자연 상태의 솔개 수명은 약 20여 년 정도로 조사되었다. 사실 이 솔개 '우화'는 서양 중세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정말 오래된 이야기라고 한다. 그런데 기록자가 진실로 믿고 썼는지는 모르겠으나, 남아있는 기록에는 유니콘 이야기도 같이 있다는 게 함정이라면 함정이다. 즉, '신체 리뉴얼 능력자 솔개'는 사실 관계에 있어서는 유니콘과 동급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의도는 좋았지만...

좋은 뜻으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비유나 이솝 우화에 나오는 의인화된 동물들처럼 이야기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그것을 들은 사람이 보다 감정적으로 공감하면 스스로의 행동의 변화를 더 적극적으로 이끌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하나의 우화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 자꾸 확대 재생산되어 하나의 사실처럼 정보 유통이 된다면 그것은 문제다. 특히 과학적으로 전혀 사실이 아닌 근거를 예로 드는 사람은 실제 실력에 무관하게 신뢰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어디 강연 기회가 있는 분들은 예를 들어도 과학적 사실에 위배되는 이야기는 가급적 피하는 것이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오늘의 결론

뭔가 기가 막힌 예를 들 때는 꼭 사실 확인부터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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