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팅게일, 저돌적인 행정가 + 통계 데이터 분석가

의외의 나이팅게일

어릴 때 위인 만화 등에서 잠깐 지나갔던 백의의 천사 나이팅게일. 1820년에 태어난 플로렌스 나이팅게일은 영국의 빅토리아 시대 (1837년 ~ 1901년)에 활약한 간호 및 의료 역사에서 주목할 만한 인물이다. 현대 간호학의 창시자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나이팅게일의 공헌은 그보다 훨씬 더 광범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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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전쟁 부상자들을 헌신적으로 보살핀 위인이라서 약간 마더 테레사 느낌으로 기억하고 있었는데, 얼마 전 통계 관련 정보를 찾다가 장미도표 (Roes Diagram)의 창시자 등으로 나이팅게일을 언급하며 통계학자이기도 했다고 해서 의외라고 생각했다. 
 

전쟁 부상병동의 야전 사령관?

나이팅게일이 가장 많이 알려진 활약은 크림전쟁 (1853년 ~ 1856년, 참고로 크림반도 지명에서 Crimean War이다. 먹는 cream과는 관계없다.) 당시의 활동이다. 1854년 전쟁에서 부상당한 영국 병사들을 돌보기 위해 터키 스쿠타리로 파견된 간호사 팀의 감독관으로 임명되었다. 일종의 의료분야 야전 사령관쯤이랄까? 나이팅게일은 병원 환경이 참혹+끔찍하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즉시 개선 작업에 착수했다. 나이팅게일은 더 나은 위생, 환기, 영양 공급을 도입했고 그 결과 사망률이 크게 감소했다.
 

통계 과학을 활용한 행정가

나이팅게일이 공중 보건에 기여한 가장 중요한 업적 중 하나는 크림 전쟁 중 부상병들의 사망 원인에 대한 연구였다. 나이팅게일은 전투에서 입은 부상보다 발진티푸스나 콜레라와 같은 예방 가능한 질병으로 사망하는 병사가 더 많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더 나아가 통계 분석을 통해 실제 전쟁 중 부상당한 것보다 열악한 위생 상태가 더 큰 주요 사망 원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나이팅게일의 이러한 연구 결과는 군대 및 민간 환경의 위생을 개선하기 위한 공중 보건 조치를 수립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위생이 더 문제라는 의견에 동의하지 못하는 정치인이나 군대 상부층을 설득하기 위해 수집한 통계 데이터를 시각화하는 Rose Diagram 등의 혁신적인 차트와 다이어그램을 직접 만들었다. 이러한 통계학적 업적으로 영국 왕립 통계학회 사상 첫 여성 회원이 되었고, 미국 통계학회의 명예 회원으로 추대되기도 하였다. 
 
(링크) 나이팅게일이 그린 크림전쟁 영국군 사망 원인 도표 그림

나이팅게일이 그린 크림전쟁 영국군 사망 원인 도표 그림

의지를 관철시키는 강력한 행동주의자

나이팅게일에 관련된 재미있는(?) 에피소드로는 전쟁 중 물자 공급이 부족해지자 부상병동에도 물자 지급이 잘 안 되었는데, 환자들의 위생용품이 떨어지자 직접 망치를 들고 군수 창고에 쳐들어가서 의료 물품을 여러 번 탈취해 갔다는 저돌적인 행동주이자라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그런데 군대에서의 일탈은 큰 문제일 것 같은데, 군인 신분도 아니고(수녀 간호사 팀의 리더) 창고 탈취(?) 목적도 숭고하고 (그리고 사실 집안 배경도 좋았다고 한다...) 그래서 무사하지 않았을까 추측해 본다. 
 

현대 간호학의 창시자

나이팅게일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간호학 노트'를 저술하였고 이는 간호학 표준 교과서가 되었다. 이 책에서 간호 실습에서의 위생, 관찰, 기록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전문 간호학교 설립을 주장했으며, 그녀의 노력으로 1860년 런던에 최초의 간호학교 설립에도 기여하였다. 
 

오늘의 결론

그냥 만화 위인전에 나왔던 밤에 램프를 들고 부상병동을 돌아보던 백의의 천사 같은 이미지뿐만 아니라 강인한 현장 책임자, 통계 기반 과학적 분석가, 알아낸 개선 방안을 끝까지 관철시키는 추진력 있는 행정가의 모습이었다. 훌륭한 나이팅게일.
 

램프를 든 백의의 천사 + 카리스마 넘치는 야전 사령관 + 저돌적인 행정가 + 명석한 통계학자인 나이팅게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