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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는 눈 (eye for eye) - 원래는 공평함(?)의 상징이었다.

by 우oㅏ 2023. 5.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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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1년 발견된 바빌로니아의 '함무라비 법전'은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표현으로 매우 유명하다. 발견 당시에는 기원전 1755년 ~ 1750년경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어 메소포타미아 문명에서 발견된 인류 최초의 성문법이란 기록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 후 1951년에 '우르남무 법전'(기원전 2100년~2050년 추정)이 발견되어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성문법이라는 타이틀은 우르남무 법전으로 넘겨주었다. 하지만 함무라비 법전이 너무 유명해서 아직도 최고(最古)의 성문법이 함무라비 법전이라고 알고 있는 사람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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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는 눈, 사이다 복수가 아니었다.

요즘에는 '눈에는 눈'이라고 표현하면 '참 교육' , '통쾌한 사이다 복수' 등을 의미하면서 뭔가 속 시원하게 억울했던 것을 다 해소하는 분풀이까지 포함하는 의미로 통용되는 것 같다. 그런데, 사실 함무라비 법전에 표현된 '눈에는 눈, 이에는 이'의 원래 의도는 이것과는 의미가 사뭇 다르다.

함무라비 법전에서 의도한 것은 피해받은 것 이상의 과도한 복수를 하지 말라는 뜻이다. 즉, 누군가 자신의 눈을 상하게 했으면 상대방의 눈에 국한해서 되갚는 것이지 분하고 괘씸하다고 팔다리도 부러뜨리고 목숨까지 빼앗는 과도한 복수는 하지 못하게 법으로 제한한 것이다. 다시 말하면 잘못에 대해서 처벌은 하되 분풀이용 사이다 복수는 하지 말라는 것이 '눈에는 눈'의 원래 뜻이었다. 

함무라비 법전의 역사적 의미는 무엇일까?

함무라비 법전이 큰 의미가 있는 것이 단순히 오래된 법전이라는 역사적 기록의 의미를 넘어서 '과도한 사적 복수'를 국가 권력이 법률이라는 형태의 개입을 해서 '복수가 복수를 낳는' 사회의 악순환 구조에 제한을 둔다는 의미가 더 큰 것이다.

물론, 이런 '공평함'은 사실 귀족 층에게만 적용된 것이긴 하다. 예를 들어 귀족이 다른 귀족의 노예를 다치게 하면 가해자 귀족의 눈을 멀게 하는 것은 아니었고 가해자 귀족이 피해자 노예의 주인에게 돈이나 다른 것으로 보상을 하게 하였다.

현대적 인권의 관점에서는 어이가 없겠으나, 노예를 재산으로 여기던 당시의 상식을 감안한다면 그 금전적 보상의 정도나 범위를 법률로 정했기 때문에 이것 또한 과도한 처벌이나 복수를 하지 못하게 제한하는 것이라고 여길 수 있다. 이른바 죄형 법정주의의 출발이랄까?

그렇다면 마음의 위로는?

사실 피해자 입장에선 함무라비 법전에서 말하는 동일한 수준의 공적인 복수가 (=국가 기관의 형벌이) 마음에 들지는 않을 것이다.

예를 들어 누군가 나쁜 의도로 자신을 해하였는데, 동일한 수준으로만 국가가 대신 복수해 준다면 자신의 억울함이 풀릴까? 그런 마음의 상처까지 위로해 주고 다른 사람에게도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게 일벌백계의 취지로 더 강한 처벌을 원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래서 근대~현대로 오면서 형법 및 형사재판으로는 국가기관이 벌을 주고, 민법 및 민사재판으로는 처벌 외의 피해 구제나 위로 명목의 아이템을 다루는 쪽으로 제도가 진화한 것 같다.    
 

메소포타미아-문명의-석상
너무 과도하게 싸우지들 말라고 법으로 정해 드리겠습니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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