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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된 무기력을 극복하자.

by 우oㅏ 2023. 5.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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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된 무기력 (Learned Helplessness)

이 개념은 심리학 관련한 책에 자주 소개되는 사례로 1970년대에 미국에서 이뤄진 실험에서 얻어진 결과이다. 한참 과거에 동물에 대한 보호 조치가 미흡했던 시절에 이뤄진 실험이라 요즘 시각으로 보면 동물 학대이긴 한데...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나름 시사하는 바가 커서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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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 세팅]

여러 마리의 개를 세 그룹으로 나눠서 사전에 학습을 시켰다. 
 
1 그룹 - 우리에 가두고 전기 충격을 주되, 이 집단에서는 실험 대상이 (우연히라도) 뭔가 장치를 누르면 전기 충격이 멈추게 했다. 반복되는 상황에서 1 그룹은 장치를 누르면 전기 충격이 멈춘다는 것을 결국 학습하게 된다. 즉, 불편한 상황에서 자신이 뭔가 행동을 취하면 그 상황을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을 학습한다. 
 
2 그룹 - 우리에 가두고 동일하게 전기 충격을 주되, 이 그룹의 실험 대상의 행동과 무관하게 충격 on/off를 반복했다. 실제로는 1 그룹 실험체가 버튼을 눌러서 전기를 끄면 2 그룹의 전기 충격도 끊어지게 하여 충격의 빈도나 지속 시간이 1 그룹과 동일하게 되도록 설계하였다. 2 그룹의 실험체들이 느끼기에는 자신이 어떤 행동을 하든 안 하든 랜덤 하게 전기 충격이 on/off 된다고 느끼게 된다. 그래서 결국 '어차피 뭘 해도 안돼..'라는 어쩔 수 없음(Helplessness, 무기력)을 배우게 된다.  
 
3 그룹 - 이 그룹은 우리에 가두긴 하되 아무것도 안 하고 방치했다. 이른바 심리학에서 '대조군' 또는 '비교 집단'의 역할로서 1, 2 그룹이 어떤 목적을 가지고 학습하게 했다고 하면 3 그룹은 아무 학습도 안된 자연스러운 상태의 개체가 본 실험에서 어떤 반응을 보일지 실험하는 것이다. 만약 3 그룹의 실험 결과가 다른 그룹과 별 차이가 없다면 1, 2 그룹의 학습이나 조치가 큰 상관이 없다는 결론을 낼 수 있다.  
 

[본 실험] 

넓은 우리 안에 개가 충분히 뛰어넘을 수 있는 낮은 높이의 펜스를 설치하여 A 구역과 B 구역으로 구분한다. 마치 테니스장인데 아웃라인이 담으로 둘러 쌓여있는 구조와 유사하다. A구역은 전기 충격이 들어오는 곳이고 B 구역은 안전지대로 설정한다. 본 실험은 A구역에 개를 두고 전기 충격을 가하면 1, 2, 3 그룹은 각각 어떻게 행동했을까를 관찰하는 것이었다. 
 

[실험 결과]

뭔가 행동하면 전기충격을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을 학습한 1 그룹과 아무런 경험이 없는 3 그룹은 A 구역에 전기 충격이 들어오자마자 곧바로 펜스를 넘어가서 안전한 B 구역으로 도피하였다. 즉, 아무 학습을 하지 않은 3 그룹도 동일하게 펜스를 넘어가는 것으로 보아 직면한 위험을 회피하는 것은 (딱히 학습하지 않아도) 생존을 위한 본능임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2 그룹이었다. 2 그룹에 속한 개들은 전기 충격이 들어오자 충분히 펜스를 넘어 안전한 B 구역으로 갈 수 있는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A 구역에 남아서 전기 충격을 감내하고 있었다는 결과가 나왔다. 즉, 학습된 행동 패턴(뭔가 해봤자 전기 충격에는 소용없다는 학습)이 본능을 압도하고 있었던 것이다. 
 

시사점, 많은 생각이 든다. 

처음 이 실험 이야기를 접했을 때 많은 것이 떠올랐다. 관점이나 정도에 따라서 서로 반대로 해석할 수도 있는 여지가 많은, 생각할 거리가 많은 내용이었다. 
 

노예근성, 가스 라이팅, 스스로 꿈을 접는 사람들...

학습된 무기력 스토리를 들으면 가장 직접적으로 떠오르는 개념들이다. 과거 노예가 있던 시절에 노예를 지속해서 구속하고 주인의 말을 듣지 않으면 가혹한 처벌을 내리고 그리고 그 당사자뿐만 아니라 조상 대대로 그 신분을 벗어날 수 없었다면 뭘 해도 어쩔 수 없이 천성 내추럴-본-노예라고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그야말로 학습된 무기력의 대표 사례일 것이다. 
 
너무 힘들기에 간혹 반기를 들어보지만 더 가혹하게 처벌받는 경험을 수십 수백 년간 쌓아오다 보면 시스템을 바꿀 엄두를 못 내고 개인의 차원에서 도주하는 수준이 최대의 반항이었을 것이다. 노예 제도가 없어진 것도 사실 노예 그룹의 세력이 강해져서 권력을 잡은 것이 아니라 왕족이나 귀족으로부터 권력을 빼앗으려는 일반시민(이라기엔 나름 권력 있던 부르주아 계층)에 의해서다. 
 
오늘날에도 부조리함을 겪으면서도 그것에 너무 오랫동안 익숙해져서 그저 작은 혜택에 고마워하며 지속적인 희생을 하는 경우가 많다. 큰 조직에서 이른바 노예근성으로 자신의 상황을 개선할 엄두를 못 내고 주어진 것만 하거나 이상한 종교로부터 가스라이팅 당하며 살면서도 가해자가 아닌 자신을 탓하며 사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것도 전형적인 학습된 무기력 사례일 것이다.
 
아, 물론 '범죄를 저지르면 반드시 처벌받는다' 또는 '탈옥이 불가능한 감옥'과 같이 범죄자나 죄수들에게 '학습된 무기력'을 심어 주는 것은 안전한 사회를 위한 나름 긍정적 활용 예일 수 있겠다. 범죄나 탈옥의 꿈은 접도록 말이다.
 

작은 성공들이 큰 성공의 어머니이다.

특히 연이은 시련이나 계속되는 실패, 또는 계속 성공하지 못하는 현실에 자신감을 잃어버리고 무기력하게 살아가는 사람들도 이 실험에서 느끼는 바가 생길 것이다. 
 
즉, 1 그룹처럼 위험을 벗어나는 경험, 다른 해석으로 '작은 성공 경험'을 계속 쌓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시험공부를 하는 학생도 쉬운 문제부터 제대로 푸는 작은 성공들을 누적해 나가다 보면 어려운 문제에도 계속 도전할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것이다. 
 
흔히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말한다. 맞는 말이지만 조금만 더 친절하게(?) 설명하면 여러 실패들에 좌절하지 말고 그때마다 매번 극복해 내고 다시 도전하는 것을 작은 성공이며, 그 작은 성공들이 쌓이고 쌓여서 큰 성공으로 이끈다는 설명이 더 마음에 든다.
 

그렇다면 2 그룹은 어떻게 학습된 무기력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사실 통계적으로 절대다수가 그대로 전기충격을 받아도 가만히 있었다는 것이지, 만약 수백~수천 마리를 대상으로 실험해 보면 무기력이 학습되지 않는 튀는 개체가 분명 존재할 것이다.

절대로 길들여지지 않는 야성이 존재하거나 아예 학습이 안 되는 귀여운 바보(^^) 개이거나, 아니면 기질이 특별히 뛰어나 새로운 도전에 결코 지치지 않는 존재이거나... 

그러나 아무래도 그런 개체는 10% 일지 0.1% 일지 모르나 일단 매우 소수일 것이다. 특별한 소수가 아닌 일반 사람들은 자신의 무기력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아인슈타인이 어제와 같은 일을 반복하면서 새로운 결과가 있기를 바라는 것은 바보짓이라고 했다. (실제 표현은 더 심하게 '정신병 초기' 운운했다고 한다.) 마음에 안 드는 상황을 바꾸려면 뭐라도 시도해봐야 한다. 
 
우리도 세파에 찌들고 일상에 잠식되며 겨우겨우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너무나도 많다. 계속 벗어나려고 이것저것 해보다가 잘 안되면 (= 작은 실패들이 쌓이면) 어느새 모든 것을 포기하고 '포기하면 편해..', '피할 수 없으니깐 소소하게라도 만족해야지..' 이런 무기력을 학습하게 되는 것이다. 사실 나도 별다르지 않다.
 
천재도 바보도 아닌 일반적인  2 그룹의 개들은 과연 어떻게 하면 펜스를 넘어가 안전지대로 갈 수 있을까? 학습된 무기력에 빠진 나는 어떻게 건져낼 수 있을까?
 
2 그룹의 개들에게 아주 우연이라도 펜스를 넘어가 편안해진 다른 개를 보게 했었다면 어땠을까? 그럼 결과가 사뭇 달라졌을 것이다.
 
즉, 학습된 무기력을 깨는 방법은 '극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일깨우는 것'  = '새로운 관점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사람이 자신의 상황을 개척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늘 새로운 것을 배우고 관찰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그리고 더 나아가려면 무엇이든 작은 성공의 경험을 계속 누적해야 하는 것이다. 


나의 한계를 정하지 말고 지금의 경계를 넘어 도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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