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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수를 사랑하라고? 진정 자신의 삶을 사는 방법

by 우oㅏ 2023. 5.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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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담이다. 한 때 누군가를 매우 싫어했다. 권력 서열상 나보다 윗사람이고 '옛날 사람 마인드'라 자기 마음에 들지 않으면 일단 언성부터 높여서 야단치기 일쑤였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늘 그러하듯 자신이 명백히 잘못한 것에도 결코 사과하거나 미안한 기색을 내비치지 않는 부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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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일정기간은 그 인간 조직에서 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고, 하는 일도 밤샘을 밥먹듯이 하는 종류의 것이라 육체적으로도 힘들었지만 상사와의 불화로부터 발생하는 불가항력적인 무력감 때문에 매우 힘든 시기였다.
 

우연히 접한 책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선물로 꽤 두꺼운 책을 선물 받은 적이 있다. 스티븐 코비의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이라는 책이었다. 술술 읽히는 허무맹랑한 무협지 같은 또는 감성에 호소하는 여타 다른 자기 계발서와는 궤를 달리하는 무미 건조하고 진지하고 게다가 결정적으로 너무 두꺼워서 읽기가 부담스러운 책이었다. 
 
보통의 자기 계발 관련 서적은 '차가운' 논리적인 접근보다는 '그래 나도 할 수 있어!'류의 '뜨거운'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책들이 많아서 그냥 쉽게 술술 읽히고, 읽고 나면 나도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것 같은 기분을 느껴서 재밌게 보게 된다. 그러나 어느새 머리가 좀 굵어지고 '결국 이 책 쓴 사람만 이 책으로 성공한 것 같다'는 조금은 냉소적인 생각에 요즘은 거의 안보는 것 같다.
 
그러나 앞서 말한 그 당시에는 힘든 시기라는 특성 때문이었는지 어찌하다 보니 그 두꺼운 책을 읽게 되었고, 다른 내용은 거의 기억나지 않지만 딱 한 페이지의 글이 그 당시 나에게는 아주 인상 깊게 다가왔다. 바로 책에서 하지 말아야 할 것으로 여러 가지 꼽은 사고방식 중에 '친구 또는 적 중심 사고방식'이라는 내용은 그 당시 나에게 비수처럼 날아과 꽂힌 날카로왔던 인상이라서 아직도 그 느낌이 생생하다.
 

친구 중심 사고방식

그 책에서 주장하는 것은 돈이나 명예 등 외부적인 것을 자기 삶의 근거나 목표로 삼지 말고 '나 자신이 세운 원칙'을 중심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라는 것이었다. '원칙(Principle)'이 아닌 바람직하지 못한 사고방식을 여러 가지 열거했었는데 그중에 하나가 '친구 또는 적 중심 사고방식'이라는 것이다. 
 
친구 중심 사고방식이란 것은 이런 것이다. 예를 들어서 자신이 뭘 원하는지 모르겠는데 성적이 되니깐 주변 사람들이 '그 성적이면 의대 가야지' 이러니깐 일단 의대를 가는 것이다. 혹은 내가 무엇을 목표로 하는지 모르는데 미디어에서 '인공지능 AI의 시대가 온다'니깐 이에 관련된 학과를 지원하는 것이다. 자신이 졸업 후 무엇을 할지 잘 모르겠고 주변의 친구들이 대학원에 가니깐 일단 따라가 보는 것이다. 남들이 주식을 한다니깐 나도 따라 흉내를 내다가 관둔다. 남들이 이런 취미를 한다니깐 나도 따라 해 본다. 
 
즉, 자신의 줏대 없이 (=자신의 원칙 없이) 주변의 의견에 휘둘리는 것을 말한다. 일전에 쓴

거름 지고 장에 간다. 밴드 웨건 효과라는 글에 설명한 내용과도 유사한 경우이다. 만약 운이 좋은 사람이라면 별생각 없이 (남을 따라) 선택한 것이 적성에도 맞고 돈도 벌 수 있을 것이다. 매우 매우 운이 좋은 경우다. 그런데 매번 그러기는 확률적으로 희박할 것이고, 사람이라면 자신의 선택에 결국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런데 이렇게 친구 따라 강남 가는 심정으로 결정한 사안에 대해서는 진정한 자신의 결정이 아니기 때문에 이후 벌어지는 불행한 사태에서 책임지는 마음가집이 아니라 남을 탓하고 환경을 탓하게 되고 자신이 변화할 기회를 스스로 버리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지게 된다.
 
아무튼 친구 중심 사고방식은 어려울 것이 없다. 자신의 원칙을 가지고 살라는 말이니깐. 그런데 그 페이지는 '친구 또는 적 중심 사고방식'에 대한 글이었다. 적을 중심으로 생각한다니 이것은 무슨 말일까? 
 

적 중심 사고방식

누군가 미워하는 사람을 떠올려 보자. 대학원생의 입장에선 졸업 안 시켜주는 지도 교수일 수 있고, 회사에서 적대적 라이벌일 수도 있고, 매번 짜증 나게 하는 직장 동료일 수도 있고, 사춘기 청소년 입장에선 잔소리하는 부모님일 수도 있다. 적절한 자극이나 경쟁 정도야 나에게 추진력을 주는 땔감이 되겠지만, 너무너무 싫은 나머지 그 감정으로 인해 나의 의사 결정에까지 영향을 준다면 어떻게 될까?
 
[Example] 
A 팀장은 사사건건 자신과 부딪히는 B팀장이 너무 밉다. 그야말로 앙숙이다. 어느 날 프로젝트의 진행 방향을 정하기로 하였는데 A가 팀원들과 오래 분석한 바에 따르면 방안1 보다는 방안2가 회사를 위해 올바른 방향으로 판단하였다. 그런데 사장님 미팅에서 B팀장이 번쩍 손을 들고 방안2를 지지한다며 A가 싫어하는 특유의 말투로 일장 연설을 한다. A는 방안2가 옳다는 것을 잘 알지만 B를 꾹 눌러주기 위해 곧바로 방안2가 왜 나쁜지 단점과 리스크를 엄청 부각하면서 B의 코를 납작하게 만든다. A는 순간의 승리감을 느낀다. 하지만 몇 개월 후, 회사는 방안(2)를 선택하지 않아 프로젝트는 좌초되고 A는 자신의 커리어에서 오점을 남긴다.
 
적 중심 사고방식을 간단히 말하면 내가 누군가를 너무 미워한 나머지, 내가 올바르다고 생각하는 방향(나의 원칙)마저 바꿔가면서 미워하는 사람의 반대로 (혹은 반대하기 위하여) 행동하는 것을 말한다. 이건 뭔가 앞서 이야기한 친구 중심 사고방식의 줏대 없음과 나약함과 정 반대의 느낌이다. 그런데 사실 두 경우의 본질은 같다. 
 
친구 중심 사고방식은 (자신의 원칙 없이) 친구의 의견을 따라 결정을 하는 것이고, 적 중심 사고방식도 느낌은 다르지만 (자신의 원칙 없이, 또는 심지어 자신의 원칙과 반대가 되더라도) 적과 반대 방향으로 결정을 하는 것이다. 이 두 가지 모두 내가 내 원칙대로 의사 결정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남이 (친구 또는 적이) 결정하게 내버려 두는 것과 같다.  
 

충격으로 다가온 깨달음(?)

충격이었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사람 때문에, 혹은 그 반발심 때문에 내가 발전할 수 있는 기회와 시간을 허비할 수 있다는 사실이 소름 끼치게 무서웠다. 원수를 사랑할 수는 없어도 상대방을 미워하면서 내 삶을 갉아먹는 게 더 억울하다. 내가 내 원칙에 입각하여 생각하고 행동하지 않고 적을 방해하는 목적으로 행동한다면 이는 나의 인생을 사는 것이 아니라 적의 행동과 의사 결정에 따라 나의 행동이 정해지는 것이다. 결국 내 자유의지로 사는 삶은 점차 줄어들고 적에게 내 인생을 지배당하는 것과 동일한 효과가 나타난다. 
 
이때부터였던 것 같은데, 적어도 상대방을 쓸데없이 미워하지는 않기로 마음먹었다. 용서까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그 싫어하고 미워하는 감정 때문에 내가 가야 할 길을 가지 않거나 그 사람에게 이익이 된다고 내가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반대로 행동하거나 하는 것은 상대방이 내 인생을 잡아먹는 것과 다름없다. 이런 식으로 생각하고 미움이라는 감정으로부터 최대한 영향받지 않도록 노력했다.
 
우연인지 몰라도 그 이후로 '그 사람과 상관없이' 나 스스로에게 집중하게 되었고, 미워하던 사람을 쳐다보지도 않던 내가 적어도 공적인 회의 등에서는 눈을 마주치면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당시 나보다 우월적 지위를 가진 상대방도 나를 대하는 태도가 점차 달라지는 것을 느꼈다. 상대방의 입장에서도 그저 무조건 반항하거나 백안시하는 사람은 그냥 무조건적으로 깨고 싶은 것에 반해, 자신의 의견을 때때로 가려듣는 존재는 말이 안 되는 것으로는 그냥 깰 수 없는 노릇이다.  
 
'적 중심 사고방식'을 벗어나란 이야기는 미움의 그림자 속에 갇혀서 '제일 싫어하는 존재로부터 제일 큰 영향을 받는 것'을 당장 그만두라는 것이다. 제일 싫어하는 존재가 내 인생을 지배하게 놔둘 것인가? 아니면 내 원칙을 가지고 스스로의 인생을 가꾸어 나갈 것인가?

 

노려보고-있는-늑대
적 따위가 내 인생을 좌우하게 놔둘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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