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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도선과 아몬드

by 우oㅏ 2023. 5.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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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교차가 큰 환절기에 감기 걸리는 사람들이 속출하고 있다. 감기 중에서도 목이 붓고 침 삼킬 때 아픈 목감기에 걸렸을 때 병원에선 우리의 목구멍을 들여다보면서 '편도선이 좀 부었다'며 약을 처방해 준다. 어릴 때부터 편도선이 큰 편도선 비대증이 있다고 들어서 새로 간 병원에서 목을 좀 보자고 하면 혹시 목이 아프지도 않은데 목이 부었다고 오진할까 봐 꼭 편도선 비대증이 있다고 말하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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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편도선의 한자어 뜻은 무엇일까?

일평생 같이 살아온 애증의 편도선. 그런데 갑자기 편도선이란 이름이 무슨 뜻인지 궁금해져서 사전을 찾아보았다. 

 

편도선(扁桃腺) = 작을 편(扁) + 복숭아 도(桃) + 내분비샘 선(腺) = '작은 복숭아 내분비샘'이라는 뜻인가? 이게 무슨 말일까?

 

그래서 더 찾아보았더니, 편도(扁桃)라는 한자어는 아몬드(almond)를 뜻한다. 아몬드는 원래  매실, 복숭아, 살구, 자두 등과 유사한 식물로 우리가 먹는 아몬드는 마치 복숭아 열매의 과육은 버리고 씨 부분을 먹는 샘이다. 아몬드 꽃의 사진을 찾아보면 벚꽃이나 복숭아나무와 비슷해 보이고, 동양권에서는 봄 꽃으로 매화나 벚꽃이 유명하지만 서양권에서는 빈센트 반 고흐의 아몬드 꽃(Gogh's Almond Blossoms) 그림처럼 아몬드 나무 꽃이 친숙하다고 한다.  

 

아몬드-꽃
아몬드 꽃

아무튼 의학에서 목구멍 양쪽에 있는 편도선은 바로 이 아몬드를 닮았다고 해서 한자로 아몬드 열매(편도: 扁桃) 모양의 내분비샘 (선: 腺) = 편도선(扁桃腺)이라고 불렀다는 것이다. 만약 우리도 아몬드라는 외래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지금 내가 먹고 있는 '허니버터 아몬드' 스낵은 '허니버터 편도'나 '허니버터 편도씨'라고 쓰여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럼 편도선을 영어로는 Almond~ 어쩌고일까? 

일단 정답은 '아니요'다. 아쉽게도(?) 아몬드랑 아무 관계없다. 편도선을 영어로 찾아보면 tonsil이고 셀 수 있는 명사라서 양쪽을 지칭할 때는 tonsils라고 복수형으로 쓴다. 실제 어원은 알 길이 없지만 'almond shaped ~~'로 찾을 때 편도선이 아니라 엉뚱한 다른 것들만 검색되는 것으로 보아 편도선이란 표현은 서양의 기술용어가 동양 한자 문화권으로 들어올 때 매칭되는 글자/단어가 없어 대체 표현을 찾는 과정에서 편도(아몬드)를 빗댄 표현이 등장하지 않았나 추측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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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음

Almond는 중간에 알파벳 엘(l)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아몬드라고 쓰고 읽는다. 그런데 사전을 찾다 보니 이것도 여러 버전의 발음이 있었다. 내 귀에 들리는 건 아몬드, 아먼드, 알먼드, 에이먼드....  마치 water도 워터, 워러, 워럴, 웟어(영국 일반인 발음) 등 여러 버전이 있듯이 아몬드 또한 그랬다. 

 

청산가리 독?

원래 원시 아몬드 종은 씨앗에 청산가리 (K+ C≡N-, 시안화칼륨, 사이안화 칼륨, 사이안화 포타슘) 성분을 품고 있어서 인간을 비롯한 어지간한 생명체에게 독극물이었으나, 우리가 먹는 아몬드는 일종의 돌연변이 (스위트 아몬드)를 발견해서 그때부터 재배해서 먹고 있다고 한다. 간혹 고전 탐정 소설이나 만화에서 독살된 피해자에게서 '살구냄새' 또는 '생 아몬드 냄새'가 난다고 표현하는 것은 이에 기원한다고 한다. 그나마 이것도 인구의 몇십 %만 그 냄새를 맡을 수 있다고 하니 그냥 문학적 표현으로 받아들여야 하겠다. 

아몬드의 다른 이름 파단행

아몬드의 다른 이름 중에 파단행(巴旦杏)이라는 이름이 있는데 이는 구약성경 창세기(창 43:11)에 야곱이 이집트(애굽) 왕 바로에게 보낸 예물 중에 하나로 적혀있으며, '살구 열매' 또는 '감복숭아' 등으로 번역되기도 했다. 영어로 almond는 페르시아어로 바담(بادام: badam)인데 중국으로 넘어가면서 파단행 (杏: 살구나무 행)으로 바뀌고 성경 번역에 사용되었다는 설이 유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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