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임펄스 응답과 수박 고르기

임펄스 응답 (Impulse response)

공학에서 말하는 주어진 시스템에 대한 임펄스 응답(Impulse response)은 일종의 '충격' 입력에 대한 시스템의 반응을 일컫는다. 이 '충격' 입력은 시간 축에서 보면 지속 시간이 매우 짧고 크기가 무한한 에너지라고 설명할 수 있다. 일반적인 입력은 여러 임펄스의 합으로 표현할 수 있기 때문에 시스템의 임펄스 응답은 시스템이 각기 다른 입력에 어떻게 반응할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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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는 주파수 관점에서 관찰해 보면 임펄스 입력 신호는 주파수 영역에서 낮은 주파수부터 높은 주파수까지 고르게 에너지가 분포된 신호라서 이 신호가 어떤 시스템을 통과하면 어떤 주파수 대역이 살아 남고 어떤 주파수 대역이 많이 감소하는지 보고 해당 시스템의 특성을 찾아낼 수 있다.

 

아무튼 이 블로그에서 푸리에 변환 (Fourier Transform) 등을 동원해 수학적으로 설명할 것은 아니고 실생활에서 우리가 경험하는 임펄스 응답에 대해 알아보자. 

 

아날로그 시대의 임펄스 응답 사용 예

초창기 항공기 엔지니어링에서는 비행기 엔지니어들이 항공기의 구조적 무결성을 테스트하는 독특한 방법이 있었다고 한다.

 

항공기 정비사가 망치로 날개나 몸통을 땅~ 소리 나게 치면 (= 즉, 임펄스를 입력하면) 이 충격이 비행기 몸체나 날개를 관통하여 다시 진동의 형태로 소리가 되어 귀에 들어온다. 평소 정상적인 비행기 몸체에서 나오는 소리를 (=임펄스 응답을) 귀로 들어서 소리 패턴을 기억하고 있다가 테스트할 때 자신의 기억과 다른 이상한 소리가 나오면 어딘가 비행기 표면이 찌그러져 있거나 뭔가 문제가 있다는 것을 바로 알아채는 것이다.   

 

어디를 두드려 볼까...?

 

첨단 계측 장비가 도입되기 전에는 이러한 방법이 숨겨져 있거나 발견하기 어려운 결함을 식별하는 데 특히 효과적이었다. 예를 들어, 날개 또는 동체의 균열이나 기타 결함은 육안으로는 감지하기 어려울 수 있지만 해머를 사용한 임펄스 응답 테스트는 임펄스 입력에 의해 생성된 진동과 음파를 통해 이를 단숨에 드러낼 수 있다. (물론 숙달된 장인에게만 미묘한 차이가 느껴지겠지만...)

전반적으로 이러한 테스트는 심각한 안전 문제로 발전하기 전에 잠재적인 문제를 조기에 파악할 수 있었기 때문에, 비행기 정비사가 항공기의 구조적 무결성을 평가할 수 있는 간단 & 효과적인 방법이었다.

 

알고 보면 수박 고르기도 같은 원리

마트에 가서 수박을 고를 때 어떻게 하는가? 보통은 다음과 같은 것을 보고 고른다. 

 

1) 무게 (밀도?): 수박의 주된 성분은 수분이고 다른 과일/식물 조직에 비해 무겁기 때문에 같은 크기라면 상대적으로 더 묵직하게 느껴지는 것이 수분(과육)이 많을 가능성이 높다. 

 

2) 두드려 보기:  손가락 마디로 콩콩 두드려봤을 때 소리가 둔탁하지 않고 꽉 찬 느낌의 청명한 소리가 나면 당도가 높은 수박일 가능성이 높다. 

 

3) 줄무늬:  수박 줄무늬가 굵고 뚜렷한 수박일수록 신선하다. 

4) 꼭지: 꼭지 부분이 너무 말라 있거나 부식되어 있는 수박은 좋지 않으니 피한다.

 

여기서 2번 방법인 수박을 두드리는 것도 앞에서 설명한 항공기 정비와 동일한 원리로 임펄스 반응을 실용적으로 활용하는 예이다. 농부나 소비자 모두 수박의 품질을 평가하기 위해 오랫동안 이 기술을 사용해 왔고 수박을 두드릴 때 나는 소리를 통해 수박의 내부 구조와 숙성에 대한 추측을 한다. 잘 익은 수박은 더 깊고 울림이 큰 소리를 내는 반면 덜 익은 수박은 소리가 좀 높거나 울림이 적은 소리를 낸다.

 

그러나 사실 수박을 두드리는 기술(?)을 훈련해 볼 기회가 없었던 나 같은 사람은 두드릴 때 나는 소리의 미묘한 차이를 알아채기는 힘들고 그냥 전시된 수박들 중에 몇 개만 두드려보고 상대적 차이만 참고할 뿐이다. 

조금 더 있어빌리티 관점으로 표현하면 간단한 충격 응답 기술을 활용하여 목표 시스템에 대한 중요한 인사이트를 얻는 방법이랄까? ㅎㅎㅎ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