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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로미어, 뱀파이어, 하버드 역노화 실험 - 불로장생 과학적 접근

by 우oㅏ 2023. 5.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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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생명과학의 트렌드는 노화를 하나의 질병으로 보고 이를 치료한다는 개념으로 접근하는 것이 유행(?)인 것 같다. 불로장생 또는 더 나아가 영생에 대한 인간의 욕망을 실현시키기 위해 과학적으로는 어떤 접근을 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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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에선 무엇을 하고 있을까?

노화를 질병으로 보고 이를 치료한다는 개념은 어떤 것일까? 그동안 인간은 노화라는 게 어쩔 수 없는 자연의 섭리쯤으로 받아 들여왔다. 그런데 최근에는 노화라는 게 '원래 그런 것'이 아니라 일반적인 질병에 걸리고 그로부터 회복이 안 되거나 또는 덜 되거나 해서 신체에 계속 데미지가 쌓인 것의 결과라고 본다. 만약 이런 개념이라면 어쩌다 발생한 질병을 완벽하게 치료 및 복구하거나 또는 이보다 앞서서 선제적으로 질병 자체가 안 생기게 하는 의료적 접근으로 '노화' 현상을 막아보고자 하는 것이 추세다. 
 

텔로미어 (Telomere)

이제는 너무 유명해진(?) 텔로미어 이야기를 짚고 넘어가자. 확실히 근래에 새로운 발견이고 노화에 대한 새로운 영감을 주는 존재인 것은 확실하지만, 여러 가지 요인 중 한 가지 요인으로만 보이고 확실한 응용법은 여전히 연구 중인 것으로 안다. 
 
신체의 성장과 재생에 필수적인 세포 분열 또는 세포 복제에서의 핵심은 결국 생명체의 정보를 가지고 있는 DNA가 제대로 복사되는 것이다. 정보의 복사가 제대로 되어야 새로 생성된 세포도 제 기능을 할 수 있는데 만약 DNA를 복사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생기면 잘못된 정보를 가지고 세포가 생성될 것이고 이 세포는 제 기능을 하지 못해 신체에 부담을 주며 없애야 하는 존재가 된다. 황당한 예를 상상해 보면 내 간에 있던 세포가 새로운 간세포를 생성해야 하는데 DNA 정보가 잘못 복사되어서 피부 세포를 만들었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간이 간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되고 바로 생명의 위협이 될 것이다.        
 
DNA는 기다란 줄줄이 비엔나소시지처럼 한쪽 끝에서 시작해서 반대쪽 끝까지 선형적/순차적으로 복제가 되는데, 이 복제 과정에서 제일 끄트머리에 가서는 완벽하게 복사하지 못하고 오류가 나는 것이 일반적이고 자연스러운 형태라고 한다. 다행히 이렇게 매번 오류가 생기는 유전자의 끄트머리에는 별다른 정보가 없어서 이 부분이 복제 오류가 나더라도 본체는 제 기능을 하게 된다. 
 
이 '별 정보가 없는 DNA의 끄트머리 부분'을 텔로미어라고 부르는데, 손쉬운 예로 비유를 하자면 DNA의 끄트머리에 일종의 자동차 범퍼 같이 달려 있는 존재라고 할 수 있겠다. 다만 텔로미어는 세포가 자기 복제를 할 때마다 점점 닳아서 짧아지고 나중에는 결국 복제된 유전자 본체 끄트머리가 손상되기 시작한다. 자동차 범퍼가 닳아서 없어지면 드디어 자동차 본체에도 상처가 나는 것처럼 말이다.
 
이런 경우 복제된 유전자가 원래 형태와 달라지게 변형이 생기고 (=돌연변이), 제기능을 못하고, 그러다 보면 병에 걸리고, 그렇게 노화가 된다고 보는 견해다. 
 

랍스터와 암세포

그래서 텔로미어가 짧아지지 않으면 (혹은 다시 길어지게 연장시키면) 이론적으로는 세포 분열을 영원히 완벽하게 (즉, DNA 정보를 보존하면서) 할 수 있고 이것이 불로장생 또는 영생의 기초가 된다는 것이다.
 
실제 생명체 중에서 이 텔로미어의 길이가 짧아지지 않는 생명체가 있으니 바로 랍스터로 불리는 바닷가재이다. 바닷가재는 이런 세포분열과 복제의 관점에서는 노화가 진행되지 않는다.
 
그런데 그렇다고 영생을 할 수는 없는 것이, 나이가 들수록 갑각류의 특성인 '성장을 위한 탈피'가 점점 더 힘들어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몸이 더 성장하려면 탈피를 통해 예전 껍질은 버리고 새 껍질이 자라나야 하는데 나이 들수록 탈피가 더 어려워진다고 한다. 왜냐하면 세포는 계속 생생하게 재생이 되지만 반면에 껍질은 갈수록 더 강하고 단단해지기 때문이다.
 
수십 년 살아온 랍스터의 껍질은 너무나 강해져서 기존 껍질을 깨야하는 '탈피의 시작'을 못하게 되고 자신의 껍질이라는 갑옷 속에서 갇혀서 죽게 된다. 뭔가 생명의 아이러니랄까? 또는 겨우겨우 탈피를 해도 그 과정에서 너무 힘들어서 탈진해 죽거나 아직 껍질이 말랑말랑한 상태에서 천적들에게 잡아 먹힌다. 역시 세상엔 공짜가 없다. 

그리고 텔로미어 길이만 보존된다고 영생이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은 암세포의 경우에서도 알 수 있는데, 사실 암세포의 텔로미어는 아무리 세포 분열해도 그 길이가 안 짧아진다고 한다. 즉, 암세포는 양분만 공급되면 죽지 않고 무한 증식하게 되고 사람의 생명을 위협한다. 그래서 일반 세포의 텔로미어의 길이를 보존하는 기술이 나오더라도 결국 확률적으로 필연적이게 생겨나는 돌연변이를 통해 처음 보는 신종 암세포를 만들어내는 게 아닐까 하는 우려가 있다. 
 

뱀파이어(?) 접근 방식

젊음을 유지하는 구식(?) 방법 중에 하나가 젊은 피를 수혈하는 방법이 있다. 어쩐지 뱀파이어 영화에서 힌트를 얻었을 것만 같은 느낌의 방법인데 이게 컬트적인 요소는 아니고 나름 근거가 있다. 일단 몸을 이루는 세포 중에서 (크기나 무게 등을 따지지 않고) 세포의 숫자로만 따지면 혈액에 있는 세포의 수가 온몸 세포의 90% 이상을 차지한다고 한다. 그리고 신체 능력이나 활력의 관점에서 적혈구 등의 산소 운반 능력이 중요한 요인을 차지하기도 한다. 
 
노화 및 역노화(회춘)에 대한 본격 연구가 되기 전에 수십 년 전 1970~1980년대 올림픽에서도 비슷한 아이디어가 실행된 바 있었다. (심지어 2000년대에도 자가 수혈 도핑이 적발된 바 있다.) 평소 컨디션 좋을 때 자신의 피를 뽑아서 보관했다가 경기 전에 다시 자신에게 수혈을 해서 적혈구 수치를 크게 올려서 산소 공급 능력을 올리는 등의 방식을 썼다고 한다. 실제 성적이 좋아졌고 셀프 헌혈이니 당연히 약물 검출도 되지 않았지만 지금은 금지되었고 (아직도 시도하다 적발된 적이 종종 있지만) 연중 지속적인 검사로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뭔가 벗어난 결과가 나오면 자격을 박탈하는 등 검출도 고도화되고 있다고 한다. 
 
올림픽 이야기는 조금 샛길로 빠진 것 같고, 이와 유사한 실험으로 실험실에서 늙은 쥐와 젊은 쥐를 인위적으로 혈관을 상호 연결시켜서 관찰을 하였더니 시간이 지나자 늙은 쥐가 거의 모든 생명 지표에서 수명이 연장되거나 젊어진 특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관련 기사 등에는 젊은 쥐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안 나오는데, 젊음의 생명력(?)이 두 개체를 커버할 수 있는 정도였다면 별 문제가 없었을 것 같다.)
 
나중에 유통기한(?) 문제가 없다면 자신의 젊은 시절 피를 보관했다가 수십 년 뒤에 다시 수혈받는 의료 서비스가 생기지 말란 법도 없을 것 같다. 
 

하버드의 역노화 실험 

이것은 최근에 실제로 실험 쥐를 역노화(회춘) 시킨 사례다. 2023년 1월에 하버드 의대의 데이비드 싱클레어 교수팀은 생명과학 저널 '셀'(Cell)에 실험 결과를 발표했는데, 노화되어 눈이 먼 쥐의 시력을 회복시키고 뇌를 더 젊게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근육과 조직을 더욱 건강하게 역노화 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즉, 노화가 비가역적 반응이 아니라는 것을 (=그래서 되돌릴 수 있다는 과학적 회춘의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인 셈이다. 
 
하버드 연구팀은 일본 야마나카 신야 교수가 발견한 '야마나카 전사인자' 4가지 중에 3가지를 혼합한 칵테일을 사용하여 눈먼 생쥐의 손상된 망막 신경절과 노화된 뇌, 근육, 신장 세포에 이 혼합 칵테일을 투여하고 항생제로 이들 인자를 작동시키자 실험체 쥐가 시력을 거의 되찾고 시험 대상이었던 뇌·근육·신장 세포도 젊은 상태로 회복된 것이 확인되었다. 

이번 실험은 노화가 유전적 돌연변이로 생긴 손상에 의한 게 아니라, 마치 오래된 컴퓨터에서 소프트웨어를 읽어오는 오류가 발생하는 것처럼 세포가 DNA를 올바로 읽어내는 능력을 상실하는 것이 원인이라고 보았다. 유전자에 붙어있는 단백질이나 화학물질인 후생유전자가 스위치처럼 유전자 작동 여부를 지시하는데, 여기에 문제가 생기면 DNA 손상 등 노화가 진행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연구에 사용된 혼합 칵테일이 이 스위치의 문제를 고쳐주는 것이고 (또는 리셋시켜 버리는 것이고) 이후에는 세포가 DNA 정보를 제대로 읽어내면서 정상세포를 재생하면 신체가 다시 제 기능을 하여 결국 회춘이 가능해진다는 이론이다. 
 

여러 생각들

아무래도 모든 의약품이 그러하였듯이 초기에는 엄청 비싼 제품과 서비스가 될 텐데, 앞으로는 약간 디스토피아적 미래세상을 그리는 SF 영화처럼 부자들만 젊게 영생하는 세상이 과연 올까? 저스틴 팀버레이크와 아만다 사이프리드 주연의 영화 '인 타임' (In Time, 2011)에서 보면 재벌가의 할아버지, 아버지 세대가 모두 20~30대의 모습으로 같이 공존하는 이상야릇한 느낌을 주는 장면을 연출했던 것이 기억에 남는데 이런 현실이 올까? (물론 영화 속에서는 유전자 조작이 아니라 시간을 거래한다는 설정이긴 했지만...)
 
그리고 만약 영생이 가능해진다면 그런 사람들은 굳이 자손을 남기려고 할까? 뭔가 생명과학적 윤리를 넘어서 인간 자체에 적용되는 윤리와 도덕률 자체가 변할 것 같다. 인간은 유한한 존재, 즉 필멸자 (motality)라는 것이 거의 모든 종교, 윤리의 기본 설정인데 이것이 달라지면 세상의 룰이라고 믿었던 것이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 너무 빠른 발전을 하는 과학과 보조를 맞춰서 윤리와 제도가 따라가야 할 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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