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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멸망 초능력과 나의 불면증 대응법

by 우oㅏ 2023. 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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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에 꼬리를 무는 상상

가끔가다 의식의 흐름대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상상, 이런 것들이 불면증을 유발한다. 그냥 몇 가지 연상되는 상상은 금세 흐지부지 되어 잠이 쉽게 들 수 있는데, 갑자기 뭔가 디테일을 생각하기 시작하면 쓸데없는 집착이 생기면서 잠이 확 달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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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면 내가 유성 조각에 맞아서 갑자기 순간 이동 능력이 생겼다고 해보자. 와, 이 능력으로 이런저런 일도 할 수 있고 지구 반대편으로 여행도 가고 좋겠다... 등 평범하게 즐거운 상상을 하다 잠들면 아무 문제없을 텐데 이제부터 세부 설정에 신경 쓰이기 시작한다. 

 

개가-다른-개의-꼬리를-물고있는-사진
그만 좀 꼬리 물라고오~! 꼬리를 물리면 잠이 확 깬다.



 

이를테면 이런 생각이다.

' 내가 허공으로 순간 이동하고 그 다음에 보이는 허공으로 이동하고.. 계속 반복하면 하늘을 날 수 있는 건가?'

'근데 허공에서 잠깐이라도 중력을 받아 떨어지기 시작하면 그다음 허공에서도 계속 땅으로 가속이 될까?'

'가속이 되면 그 관성으로 땅으로 순간 이동하면 남아 있는 관성으로 몸이 박살 나는 건 아닐까?'

'그런데 어차피 순간 이동이 물리 법칙을 다 무시하는건데 나는 왜 중력, 가속도, 관성 따위를 걱정하는 거지?'

‘잠깐 내 몸만 순간 이동하면 옷은 이동이 안될 테니 발가벗은 채로 나타나는 건가?’

‘아니다, 영화 ‘점퍼’를 보면 옷뿐만 아니라 같이 있던 사람, 심지어 방(건물 일부)까지도 같이 이동하니 내 주변 물건까지 같이 가겠네.’

‘ 어? 만약 그렇다면.. 예를 들어 내 몸 반경 1m 안에 있던 공간이 같이 이동되는 거라면, 그 1m 지점의 경계에 있던 물건은 무 자르듯이 댕강 잘리는 건가?’

‘와, 그러면 이거 위험한데? 그러고 보니 어떤 영화인지 드라마인지 순간 이동 능력자가 적의 머릴 잡고 순간 이동해서 목을 따오는데 이 능력을 쓴 거 같아. (끔찍!)’

‘그런데 만약 물체가 잘린다면 분자 단위로 잘릴까? 원자단위로 잘릴까?’

‘잠깐만, 만약 원자가 잘리는 것이라면 핵분열이 되는 거잖아? 그럼 핵폭발로 모두 사망?’

‘실수로 태양을 생각해서 그리로 이동해도 그냥 죽는 건데, 이거 너무 위험한 능력이잖아? 무슨 제한 조건을 걸어야 안전하지?’

등등.. 꼬리에 꼬리를 물다 너무 디테일로 빠져 버리고, 이러면 잠이 안 오는 수준을 훨씬 넘어서 커피 쓰리 샷 마신 사람처럼 너무 말똥말똥해진다. 다음날 피로에 쩔어 헤롱대기 예약 확정이다.

 

상상의 늪에 빠지지 않기 위해

아무튼 이런 내 상상의 늪에 빠지지 않기 위하여. 쓰는 방법이 몇 가지 있는데

 

(1) OO 학 개론 (101 클래스)

몇 시간짜리 OO 학 개론 강의 등을 찾아보는 것이다. 듣다 보면 어~~ 이러면서 아득하게 꿈나라로 빠져든다. 또는 조근조근한 목소리로 화면을 보지 않고 듣기만 해도 괜찮은 유튜브 채널을 잘 골라보자. 이런 종류 중에 개인적으로 활용해 본 것은 최재천의 아마존, 미니멀 유목민, 지식 브런치, 셜록 현준, 민티런, 북툰 사이언스 등인데 그냥 정신 멀쩡할 때 봐도 재미있는 채널이긴 하다. 

 

(2) 자연의 소리

잘 찾아보면 빗소리라던가 모닥불 소리라던가 물소리라던가 이런 거 뭐 3시간짜리 ~ 10시간짜리 이런 게 있다. 같은 빗소리라도 그냥 숲 속에 비 오는 거, 텐트 지붕에 떨어지는 빗소리, 연못에 오는 비 등등 취향에 맞게 고를 수도 있다. 광고 없이 어두운 화면 전환되는 거 고르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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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외국어

그동안 뭔가 공부하려다가 지겹고 졸려서 실패했던 것을 다 동원하자. 나에게 모욕감을 주었던 놈들을 불면증 치료제로 전락시키는 소소한 복수(?)를 하는 쾌감은 덤이다. 아예 접해 보지 않은 언어도 괜찮을 것 같다. 예를 들어 핀란드어로 스와힐리어를 가르쳐 주는 강의라든가....


(4) 사실 가장 좋은 방법은 적당한 운동인 것 같다.

사실 그 하루에 쓸 신체활동 에너지를 다 쓰게 되면 침대에 누워 유튜브 같은 거 좀 보려 해도 어느새 저절로 스르륵 잠이 온다. 하루 종일 책상에 앉아 있는 일이 많은 현대인은 몸을 거의 안 움직이고도 살 수가 있어 신체적 에너지는 남아도는데, 정신적으로만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밤에 집에 돌아와서는 자기 전에 뭔가 TV나 폰으로 재밌는 거 보면서 뇌는 더 깨어나는 것이다.

 

그래서 운동이 사실은 가장 좋은 방법인 거 같다. 어느 정도 활동량을 채우면 일상에서 쓰는 에너지가 고갈되고 내 몸은 휴식을 취하기 위해서 자연스럽게 가장 좋은 ‘수면’이라는 전략을 선택하게 되어 있다.

열심히-운동하는-사람의-사진
디스 이즈 스파르타~!

한 가지 조심할 것

운동 잘하고 나서 그 성취감에 술 한 잔 곁들인 야식 먹고 TV 보면서 늦잠자면 제대로 망하는 거니 주의하자.

 

- 마늘맛 lif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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