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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가 뒹굴뒹굴하며 자는 이유, 가위눌림

by 우oㅏ 2023. 1.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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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는 아기

어릴 때는 자다가 여기저기 굴러다니면서 침대에서 떨어지기도 하고, 밤새 뱅글뱅글 돌며 머리와 발의 위치가 여러 번 바뀌기도 하고, 어느샌가 굴러다니다가 가구 다리에 부딪힌 경험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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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어른이 된 다음에는 어지간해서는 침대 보호 가드 없어도 안 떨어지고 잘 자고, 머리와 발 위치가 바뀌지도 않는다. 우리가 자라나는 그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잠자는-아기-사진
애기는 잠잘 때가 제일 이쁘다는 게 국룰

 

수의근, 불수의근

우리가 의지대로 팔다리를 움직이는 것은 뇌와 근육이 신경으로 연결되어 뇌의 신호를 근육에 전달해 주기 때문이다. 이렇게 팔다리처럼 내 의지대로 움직일 수 있는 근육을 수의근 (=맘대로근, voluntary muscle)이라고 부르고, 이와 반대로 위장이나 심장처럼 내 의지와 상관없이 알아서 자동으로 자율신경에 의해 움직이는 것은 불수의근 (=제대로근, involuntary muscle)이라고 한다.
 
만약 심장이 나의 의지대로 움직인다면 꽤 귀찮을(?) 것이다. 평상시는 느리게 심박수를 유지하다가 내가 달리기 시작하면 온몸에 혈액을 더 빨리 공급하기 위해 ‘심장아 150bpm으로 빨리 뛰어!’ 이런 생각을 해야 하니 말이다. 뭐 물론 첫눈에 반한 상대를 보고 얼굴 발그레 심장이 콩닥거릴 때 ‘심장아 나대지 마~’ 이런 주문을 해서 얼굴이나 귀가 빨개지는 것을 막을 수는 있을지 모르겠으나 그러다가 자칫 실수로라도 멈추게 하면 조금 있다가 저세상에 갈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겠지.

네온사인-하트를-안고있는-사람-사진
자기 멋대로 뛰어야 심장이지

 

뇌-신경-근육 연결 회로

이야기가 좀 샜는데, 아무튼 불수의근 말고 일반적인 근육은 우리의 의지를 (=뇌의 명령을) 따르게 되는데, 대다수의 사람은 자는 동안에는 뇌-신경-근육의 연결이 잠시 OFF 상태가 된다고 한다. 아무래도 자다가 꿈을 꾸면서 뇌는 다양한 신호를 남발할 텐데 뇌-신경-근육 연결이 OFF 상태가 아니고 만약 ON 되어 있다면 자다가 큰일 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아득히 예전 수렵채집 시절에 한 무리가 사냥을 나왔다가 야영을 해야 하는데 천적을 방어할 수 있도록 벼랑 근처 위치를 잘 골라서 입구 쪽에는 불을 크게 피워놓고 잠들었다고 상상해 보자. 그런데 자는 동안 꿈속에서 맹수가 자신에게 갑자기 달려드는 꿈을 꾸었다면, 뇌는 꿈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는 상태라 다리 근육에게 달리라는 명령을 내릴 것이다. 
 
이 사냥꾼 무리 중에서 마침 어쩌다 운이 안 좋은 개체가 뇌-근육 연결 회로가 ON 되어있었다면, 자다가 뛰쳐나갔을 것이고 운 좋으면(?) 불속으로 아니면 벼랑으로 떨어져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다. 이때 똑같은 꿈을 꾸어도 연결 회로가 OFF 되어 있던 개체는 현실에서 뛰어내리는 불상사는 없었을 것이다. 이 OFF 되는 개체는 살아남아 그런 유전자를 후손에게 남길 확률이 높아진다.
 
진화론에서 늘 설명하듯 그 환경에서 생존에 불리했던 행동을 취하는 유전자를 가진 (= 뇌-근육 연결 회로가 잘 때에도 ON 되는 유전자를 가진) 개체는 살아남을 확률이 줄어들어, 현재 인류는 반대로 뇌-근육 연결 회로가 자는 동안에는 OFF 되는 개체들의 자손이 대다수일 것이라는 설이다.

 

많은-전선이-꽂혀있는-전자기기-사진
네네~ 어디를 연결해 드릴까요?

 
 

그런데 어린이는 왜 데굴데굴?

이것도 하나의 가설인데, 인간은 뇌 용량을 키우는 방향으로 진화했고 반면에 태아가 많이 성숙한 상태에서 세상에 나오려면 머리가 너무 커서 산모가 위험하게 될 수 있어서 오히려 미숙한 상태에서 출산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영양 같은 초식 동물의 새끼는 태어나서 몇 시간 만에 서서 걷기에 금세 무리와 함께 이동이 가능하지만 인간은 걸음마에만 대략 1년이 걸린다.) 이렇게 미숙한 상태의 신체를 가진 아기는 뇌-근육 연결 회로의 스위치도 아직은 훈련이 덜 되어 서서히 발달하게 될 것이라는 가설이다.
 
즉, 어린이들은 이 스위치가 잘 조절되지 않아서 자는 동안에도 뒹굴뒹굴하고, 어느 정도 성장을 하고 나면 자는 동안에 이 스위치가 잘 꺼지도록 발달하는 것으로 추측된다. 아무튼 이러한 힘든(?) 어린 시기를 잘 이겨내고 이제 다 자란 우리는 밤에는 연결 회로가 잘 OFF 되는 사람이 되었다.

 

가위눌림

그럼 혹시 반대의 경우는 어떨까? 깼는데 저 스위치가 제때 ON 되지 않는다면? 보통의 경우라면 잠에서 깨어날 때에는 의식이 돌아오기 직전에 미리 뇌-근육 연결 회로가 ON 되어서 눈을 뜨면서 별 이질감 없이 몸을 움직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만약 이 연결 회로가 의식이 깨어난 후에도 계속 OFF 상태이면 의식이 깨어도 몸을 움직일 수 없게 된다. 흔히 ‘가위눌린다’고 표현되는 현상이 바로 이러한 경우라고 한다.

가끔 스위치가 오작동하여 의식은 돌아왔는데 뇌-근육 연결 회로가 여전히 계속하여 OFF 상태를 유지하게 되면, 의식은 깨어난 것 같아 주변 상황도 인식이 되는데 (= 이때 느껴지는 것도 꿈이라는 설이 있다.) 몸은 꼼짝도 못 하고 낑낑대다가 손가락 하나만 어떻게 노력해서 툭 움직이면 온몸의 마비 같은 게 풀리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된다. 처음 이런 일을 겪어보게 되면 아무래도 신비한 경험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이렇게 처음으로 겪은 + 이해가 안 가는 ‘가위눌림’ 현상을 설명하려다 보면 귀신 도깨비 이야기도 나오고 그럴 것이다.

설명이 안 되는 현상에 대한 인간의 반응은 참으로 대단한 것이, 절대로 그냥 내버려 두는 법이 없이 과학이건 전설이건 영적 존재이건 무엇이든 동원해서 어떻게 해서든 설명을 하려고 한다.

 

오늘의 결론

이제부턴 가위눌리면 무섭다고 생각하지 말고 ‘아, 평소보다 좀 늦게 신경회로가 연결되는 중이구나…’ 하면서 느긋하게 기다려 보자. 아무 일도 안 일어나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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