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라색은 무슨 색일까? + 곤색, 가방, 땡땡이 무늬

인터넷 쇼핑몰에 들어가서 드레스 셔츠나 옥스포드 셔츠를 사려고 둘러보다가, 셔츠의 근본색(?)인 화이트 또는 연한 블루색을 찾아본다. 그런데 이런 표현이 있다.
 
"소라색 셔츠"
"라이트(light) 소라색 스커트"
"딥(deep) 소라색 니트" 등등
 
응? 소라(conch)가 푸른색이었나?
구글링을 해본다. 소라, 소라고둥, 바다 달팽이, 소라게 등등 아무리 이미지를 찾아봐도 소라나 고둥 껌질이나 안에 있는 말랑한 살 모두 푸른색과는 거리가 멀다. 카키, 베이지, 갈색, 베이지 등등 흔히 자연에서 보이는 슴슴한 색깔이 전부다. 혹시 물고기도 보통은 칙칙한 색인데 산호초 근처의 화려한 열대어처럼 일부 소라 종이 푸른색으로 보이나 싶었지만 그런 것 같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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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라고둥의 색깔은 소라색 셔츠와는 거리가 한참 멀다.

 
더 찾아보니, 아니 이럴 수가... 소라색이라는 것은 일본어 空色 (そらいろ, 소라이로, 하늘색)에서 온 말로 '하늘 공(空)'의 일본어 발음이 '소라'였던 것이다. 그러니깐 '딥 소라색'은 'deep + そら + 색'이라는 3개국 콜라보 용어(?)인 것이다. 아마도 한국에서만 사용될 테니.. 그럼 빼박 한국어인가? 
 
사실 패션, 의류 관련 용어가 일본어(또는 일본식 영어)의 잔재가 많이 남아 있는 것이 많긴 하다. 소라색 말고 navy, indigo 등의 색깔인 남색(藍色, 여기서 藍은 청출어람의 '람'자이기도 하다.)을 다른 말로 감색, 곤색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이 중에서 곤색은 감색(紺色)의 감(紺) 글자를 일본어로 읽으면 こん(곤)이 되니 소라색과 느낌적으로 같은 부류라고 볼 수 있다. 
 
심지어 가방은 뭔가 한국어인 줄 알았는데, 네덜란드어 kabas (또는 프랑스어 cabas, 바구니/여행가방)를 일본에서 가죽과 관련된 한자로 음차를 하여 가반(かばん)이라고 불렀고 그것이 한국에 들어와서 가방이 되었다는 설이 유력하다. 소라색이 하늘색이라는 한국어로 대체가 되지만 가방은 그냥 가방이고 외래어인지도 모르게 정착된 단어다. 
 
그리고 제일 충격적(?)이었던 단어는 땡땡이 무늬였다. 도트(dot) 무늬라고도 하는데 점들이 땡땡땡 찍혀 있으니깐 땡땡이 무늬라고 하는 줄 알았는데, 점 모양을 의미하는 点々 (てんてん, 텐텐 or 땡땡)이라는 일본어에서 유래했다는 설이다. 그럼 우리말로는 뭐라고 하나? 그나마 가장 근접한 건 '물방울 무늬' 또는 '점박이 무늬' 정도고 외래어 쓰는 김에 영어로 도트 무늬 정도 되겠다.  
 
'소라색 땡땡이 가방'이라고 하면 빨간색 글자는 다 일본어 유래였다.... 뭐, 가방처럼 대체 불가 단어도 많지만 일단 알고는 있자. 수십 년을 살아도 아직도 단어 공부 ^^
 

땡땡이 무늬도 일본어에서 온 것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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