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팬데믹 기간 동안 전 세계적으로 주류 매출량이 급증했다고 한다. 파티나 모임은 못하지만 그 반대급부로 보상이라도 하듯 혼술족/집술족이 늘어났고, 그때 당시의 유행했던 유튜브 영상들만 봐도 먹방에 이어 술방이 엄청나게 유행했었던 것 같다.
유행이라는 것이 멋있어 보여 따라 하는 것만이 아니라 라이프 스타일 자체가 혼술 친화적으로 바뀌면서 널리 퍼기게 되는 것도 있을 텐데, 팬데믹으로 인한 모임 불가 + 극도로 발달한 배달 문화 + 요즘은 뜸하지만 각종 수제 or 수입 맥주의 다양화 + 와인/막걸리/위스키의 유행(?) 등등이 겹쳐서 나도 덩달아 퇴근 후 넷플릭스나 유튜브 보면서 한잔 걸치는 게 2~3년 동안 습관이 되었던 것 같다. (쓰고 보니 핑계가 거창하다 못해 구차한 것 같다.)
그런데 처음에는 소소한 즐거움과 행복감을 주는 행위였는데, 습관이 되어버린 어느 순간 혼술이 주는 만족감은 고만고만하게 정체되거나 줄어들고 소량이지만 지속적으로 마신 알코올의 부작용이 더 크게 다가왔다. 뭐든지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이 적용되는 듯하다.
암튼 부작용으로 나타나는 것은 다음과 같았다.
(1) 야식의 습관화
안주 없이 자기 전 한잔 (나이트캡)으로 먹는 경우보다는 야식과 함께하는 게 당연하다면 당연한 것이었다.
(2) 수면 질의 저하
그러다 보니 술 자체도 수면의 질은 나빠진다고 했는데, 밤새 음식물을 소화시키느라 위와 장이 쉬지를 못하고 이는 수면 질을 나쁘게 해서 피로가 누적되었었다.
(3) 역류성 식도염 (경증)
그리고 밤늦게 먹는 안주 때문에 (심각한 수준은 아직 아니었지만) 건강 검진에서 식도가 붉게 역류성 식도염 끼가 있다고 매번 들었다.
(4) 중성지방 수치 up (원인으로 의심 중)
그리고 운동도 꾸준히 하고, 체중도 적정하고 당류도 적게 먹는 편이고 허리둘레도 유지하는데 이상하게 오랜 시간 동안 중성 지방 수치는 높은 쪽 경계를 왔다 갔다 하고 있다. 운동/식이/체중관리를 제외하면 남은 게 선천적 유전자 이슈나 별로 많이 먹지도 않는 퇴근 후 맥주 한 캔 정도밖에 안 남는다. 강력한 용의자.
혼술 끊기 프로젝트
그래서 부작용은 최소화하면서 술자리의 즐거움은 살리는 나만의 원칙을 세웠다. 이른바 '혼술 끊기' 프로젝트. 이를 달성하기 위한 행동 전략을 다음과 같이 세우고 세부 전략도 실행하였다.
(A) 일단 술을 아예 끊는 것은 아니다.
각종 모임, 직장 회식, 여행 가서 식도락 등에서의 음주는 평소랑 똑같이 하기로 했다. 나는 술을 끊는 것이 아니라 '습관적으로 아무 의미 없이 매일같이 종종' 마시는 술을 줄이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B) 나만의 혼술의 정의
무엇을 혼술로 정의할 것인가? 내가 마트에서 술을 사 와서 집에서 상대방 없이 스마트 폰이나 TV를 보면서 마시는 술을 혼술로 정의했다. 만약 가족이나 친구들과 맛집에 갔는데 다들 운전 등으로 안마실 때 나만 하이볼 한 잔 마시는 것은 혼자 마시기는 하지만 혼술로 안 치기로 했다. ('모임'에서의 술이므로 ^^)
(C) 실행 전략 - 귀차니즘을 적극 활용
정말 간단한 행동 수칙을 세웠다. 이른바 '술 안 사기 전략'이었다. 누군가 고가의 위스키를 선물로 준다면야 마다할 일이 없겠지만, 그런 일은 자주 있는 일은 아니다. 위에서 언급한 습관적으로 종종 마시는 술은 퇴근길에 편의점에서 사 온 맥주 4캔 세트나 특가 와인 등이거나, 주말에 마트에 갔을 때 냉큼 사들고 오는 것이 거의 대부분이다. 그래서 술을 구매하지 않는 것에만 집중하면 결국 집에 술이 없게 된다. (혹시 집에 이미 쌓아 놓은 것이 너무 많다면 지인들을 초대해서 홈파티로 한번 털고 시작해야 할 것이다.)
술이 없으면 밤에 집에서 갑자기 마시고 싶을 때 일종의 의지 대결 구도가 생긴다. "마시고 싶다" Vs. "편의점까지 다녀오기 귀찮다" 이 두 가지 의지(?)의 충돌이 일어나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귀차니즘을 이기고 옷 갈아입고 편의점까지 나갔다 올 만큼의 의지라면 그때는 정말 원하는 것이니 맘 편하게 허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내 경험상 대부분 귀차니즘이 승리한다. 그래서 이런 성질을 이용하려고 '술 구입 안 하기' 전략을 세운 것이다. (혹시 집 밖에 나가기 너무 좋아하고 나가자마자 편의점이나 마트가 있거나 그냥 같은 건물에 구입처가 있는 주상 복합 구조라면 귀차니즘이 덜할 것이니 추가 전략이 필요하겠다.)
그러다 보니 신라시대 김유신이 말 목을 자르는 심정으로 편의점 앞을 그냥 지나쳐야 하는데, 처음엔 이게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그래서 이왕이면 퇴근길에 편의점 근처를 안 지나가는 경로로 좀 돌아서 걸어가고 그랬다. 눈에 안 보이면 실제로 유혹도 덜하니 활용해 보자.
이와 반대로 유혹이 강해지는 때가 있는데, 유튜브는 물론이고 공중파 드라마나 예능에서조차 왜 이렇게 음주 장면이나 관련 토크가 많은지 새삼 깨닫게 된다. 과거에는 흡연 장면이 많았다가 요새는 금지가 되어서 TV에 흡연 장면은 하나도 안 나오는데, 흡연에 비해 음주는 너무 관대한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나 혼자 산다 프로그램을 보다가 편의점에 술 사러 가고 싶은 유혹을 느낀 적이 최소 5번은 있었던 것 같다.)
그동안의 성과(?)
지난 1월 중순부터 시작했으니 좀 있으면 100일 가까이 지났다. 초반엔 좀 생각이 많이 났는데 다행히 아직까진 혼술을 안 하고 있다. 그리고 지난달에는 회식, 모임, 경조사 등이 다른 때보다 좀 많이 생겨서 혼술의 유혹이 훨씬 적었다.
웨어러블 기기(워치나 밴드 종류)를 손목에 차고 수면 모니터링을 해보니, 술을 마신 날과 아닌 날의 수면 점수 차이가 극명하게 나타났다. 느낌도 느낌인데 확연하게 점수로 수치화된 것을 보니 혼술은 계속해서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확실히 혼술을 안 하니 야식도 거의 안 하게 되어서 아침 운동 갈 때 훨씬 가뿐하게 일어나서 가는 것 같다. 중성지방은 아마도 내년 건강검진 때나 다시 측정하겠지만 뭐 중성지방이 줄지 않더라도 혼술 끊기는 다른 장점도 많은 것 같아서 일단 습관 만들기 리스트에 계속 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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