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트캡(nightcap)
나이트캡이라고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글자 그대로 밤에 쓰는 모자? 일단 맞다. 옛날 서양 쪽에는 잠자는 동안 머리와 귀를 따뜻하게 하기 위해 모자를 썼다고 한다.
빨간 망토 동화책에서 늑대가 할머니로 변장하여 침대에 누워 있을 때의 모습을 그린 삽화나 서양 중세 시대를 다룬 영화에서 왕족이나 귀족이 침실에서 방울 달린 모자를 쓰고 있는 것을 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나이트캡은 이렇게 잠잘 때 쓰는 모자를 일컫는 말이었는데, 어느새부턴가 자기 전에 마시는 술을 부르는 말도 겸하게 되었다. 자기 전에 한잔 하는 것이 모자처럼 따뜻한 느낌으로 잠들기를 돕기에 중의적으로 사용한 것일까?
헤밍웨이의 나이트캡
전설처럼(?) 전해지는 이야기에 따르면, 소설가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술이 가득 든 여행 가방을 들고 쿠바를 여행하던 중 관세 직원에게 적발된 적이 있다고 한다. 헤밍웨이는 술에 대한 관세를 내지 않으려고 가방에 든 것을 '의류'로 신고했었는데 가방 속에 한가득 넣어둔 술병들을 검사 직원에게 들킨 것이다.
이때 관세 직원에게 "이건 술이 아니라 나의 나이트캡(모자)이니 의류가 맞다"는 드립을 쳤고, 헤밍웨이의 재치 있는 농담에 관세 담당자가 감탄하며 그냥 통과시켰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는데, 과연? 만약 사실이었다면 벌금 내거나 술을 압수당하거나 그랬겠지…. ㅋㅋㅋ
이 이야기는 유명하기는 한데 그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가 어렵다고 하니 그냥 엄청난 애주가였던 헤밍웨이에 대한 우화나 전설 정도로 받아들이면 좋겠다.
나이트캡에 관한 설(說)
마시는 나이트 캡의 역사는 수세기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며, 여러 세대에 걸쳐 변화해 왔다고 한다.
중세 시대에는 숙면을 취하기 위해 자기 전에 에일, 향신료, 설탕을 섞은 따뜻한 음료를 마셨다고 하고, 18~19세기에는 브랜디가 인기를 끌었고 위스키와 각종 칵테일이 등장하면서 더욱 다양해졌다.
대표적인 나이트 캡으로 무알콜에는 따뜻한 우유+시나몬, 카모마일이나 라벤더 등 수면을 촉진하는 허브로 만든 따뜻한 차 등이 있고 알코올이 들어간 것으로는 위스키, 꿀, 레몬, 향신료를 섞은 따끈한 음료인 핫 토디 (Whisky Hot Toddy) 등이나, 그냥 브랜디나 위스키 등 차지 않은 갈색 빛깔의 술이 나름 오래전부터 먹어온 것 같다.
공통점은 따뜻하거나 적어도 얼음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는데, 요새는 그냥 아무 술 한잔도 나이트 캡이 될 수 있는 것 같다. 특히 더운 여름에는 얼음을 적극 사용하는 칵테일 류도 많이 마시는 것 같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렇게 자기 전에 마시는 것은 몸이 따끈해지면서 졸림을 느끼고 스르르 빨리 잠들긴 하는데, 실제론 밤새 간이 해독하느라 활발히 에너지를 쓰면서 몸이 바쁘고 뇌도 깊게는 잠들지 못해 충분히 휴식을 취하지 못해서 숙면에는 방해가 된다고 한다. 그리고 불면증 있다고 자주 나이트캡을 들이키면 잠의 질도 나빠지고 알콜중독 초기 진입 문턱을 낮추는 것이라 주의해야 한다.
오늘의 결론
그렇다고 하니... 오늘은 딱 맥주 한 캔만 마시고 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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