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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Why Fish Don't Exist)' - 룰루 밀러 (Lulu Miller)

by 우oㅏ 2023. 12.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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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이 책, 도대체 장르가 뭐지?

색다른 의미로의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책이었다. 보는 내내 "내가 지금 뭘 본거지??"라는 혼잣말이 튀어나왔다. 정말 이 책을 읽으면서도 그랬지만, 책을 다 읽은 지금도 장르를 정의할 수가 없을 것 같다.

요즘 내가 하는 독서 방식을 따라 이 책도 '랜덤 뽑기'로 제목만 보고 선택했고, 그저 작가가 '과학 전문 기자'라는 것만 알고 시작했다.  

과학 교양서인 줄 알고 시작했다.

제목과 첫인상은 그냥 과학 지식 책인 줄 알았더니 어떤 동물 분류학자의 어린 시절부터 시작하네? 그냥 물고기 관련 유명한 과학자의 일대기인가? 그의 이름은 '데이비드 스타 조던', 별을 사랑하는 아이여서 미들네임에 별(Star)을 박아 넣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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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계속 나아가는데, 어라? 갑자기 작가의 개인사와 오버랩시킨다. 인생은 아무 의미 없다는 극강 T 성향을 보이는 과학자 아버지의 딸로 자란 작가가 청소년기의 언니의 우울증(?) 등에 자신도 영향을 받았는지 늘 자살 충동을 느끼면서 실제로 한 번 시도도 했고 삶의 방향성을 찾고 싶어 하는 내용이 서술되었다.

그래도 남자친구를 만나고 같이 잘 살고 있다가 갑자기 바람을 피웠고 (그것도 10대 후반의 소녀와..) 이를 솔직히 고백해 배우자에게 이별당하고 수년간 방황한다.

어? 이것은 수필 또는 회고록인가?

이쯤 되면 데이비드 스타 조던은 잊어버리고 무슨 현대 배경의 드라마 장르의 영화를 보는 기분이다. 책으로 치면 개인 회고록이다.

이럴 때 책의 시작 부분에서 나왔던 장면을 다시 언급하며 다시 데이비드 스타 조던에 집착(?) 하는 모습을 이야기한다. 자신의 매우 개인적인 내용을 이야기하면서 작가는 자신이 왜 데이비드 스타 조던에게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지, 그를 통해 뭔가 자신의 인생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조사를 시작한 것이라 이야기한다.

뭔가 자기가 쌓아 올린 안전한 세상이 무너져도 끈질기게 수습하던 모습에 매력을 느껴서 그런 듯하다. 이때 이 책은  다시 예전 과학자의 전기로 장르가 또 바뀐다.

다시 과학자의 성공 스토리

어?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 스탠퍼드 대학 초대 총장이네? 당시 최연소 대학 총장. 옛날이야기는 재미있다. 특히 현재에 유명한 것과 연관 지어진 이야기일 때 더욱.

데이비드 스타 조던은 이른바 grit을 가진 존재로 묘사된다. Grit, 좌절을 겪은 후에도 계속해나가는 능력, 포기하고 싶어도 끈기 있게 나아가는 힘, 아메리칸드림의 근원...  이런저런 사례를 들어 이 책의 주인공(?)인 데이비드 스타 조던은 grit의 대표주자라는 평가를 내리고 작가도 이것을 가지고 싶어 한다. 자신의 혼란과 불행을 극복하기 위해.

Grit은 무지막지한 노력과 최선을 다하고 결과가 맘에 안 들어도 여기서 멈추지 않고 다시 또 시도하고... 그런 삶의 자세다.

그러나 자기 긍정이 너무 발전해 심해지면, 자존감을 넘어서 자기 착각이 되고 심하면 오만이 되어버린다.

갑자기 스릴러 + 고발 프로그램으로 변한다.

와, 이건 또 무슨 장르 변경인가... 책 내용을 다 설명할 필요는 없으니 몇 줄로 분위기만 전달하겠다.

- 스탠퍼드 대학 설립자 부부 중 부인인 제인 스탠퍼드 독살 시도가 있었고, 제인의 하와이 휴양 & 도피 중에 결국 독살을 당함

- 제인 스탠퍼드는 이전부터 대학 총장을 맡겼던 데이비드 스타 존스와 여러 가지로 갈등이 있었고, 총장에서 물러나게 할 생각이었음

- 제인 스탠퍼드 사망 이후 데이비드 스타 조던은 하와이로 의사를 보내고 단독 재조사 후 폭식과 여러 다른 원인으로 자연사했다고 발표해 버림

- 부검의나 목격자들 반발

- 작가가 조던을 내내 추앙(?)하다가, 갑자기 살인자(살인 교사)가 아닌지 추적 모드로 바뀜. (푸하하...)

- 조던, 총장에서 쫓겨난 후, 인종 차별의 근거가 되는 '우생학'을 추종하고 널리 퍼뜨리는데 말년까지 앞장 섬 (헐...)

- 미국에서 벌어진 우생학 기반 비인간적 만행들... 피해자와의 인터뷰... 히틀러 나치와 다를 바 없던 당시 미국 사회 분위기..

그러다 급 마무리!

- 갑자기(!!!) '어류'가 생물 분류학적으로 아무 근거 없는 카테고리라는 비교적 최근 과학계 이론 설명 ('어류'라는 건 마치 산에 사는 호랑이, 사슴, 독수리, 산양, 곰을 같은 '산짐승' 정도로  분류하는 것이라고 설명..)

이쯤 되니 '흠.. 그래서? (So.. what?)'이라는 물음표가 100개쯤 뜬다. 데이비드 스타 존스가 평생 쏟아부었던 물고기 분류가 애초에 어처구니없는 작업이었다고 깨소금이라는 건가..  과학 전문 기자라면서, 원래 과학이란 서로 기존 이론을 반박하면서 발전하는 것일 텐데 그래서 뭐가 달라진다고? 어류라는 분류가 없다고 해서 그가 저지른 잘못에 대해 벌 받는 것도 아니고... 하...

그리고 결말은, 작가가 영혼의 단짝인 여자친구를 만나서 영혼의 평온을 얻는 것으로 끝남.

독후감을 쓰고 보니 더 어이가 없지만, 마치 과거의 인물의 서사와 현대의 인물의 서사가 교차 편집되는 영화를 한편 본 기분은 든다. 정말 여러 가지로 색다른 경험을 준 책이다.

살짝 황당함 또는 당황스러움을 주지만 재미는 있었다. ^^

다 읽고 나서 혼란스러운 마음으로 서점 사이트의 책 소개란을 보니  '과학서적'으로도 분류가 되고 '자전적 에세이'로도, 또 '교양 생물'로도 되어 있다. 그래 책 파는 곳에서도 고민을 했구나..라는 생각에 위안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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