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 타락 (graceful degradation)

우아한 타락이 뭘까?

영어로는 graceful degradation이라는 표현을 한국말로 직역하니 우아한 열화, 우아한 타락 정도가 되겠다. 이 말의 의미는 어떤 기계나 장치 등의 시스템을 잘 만들어서 성능이 최고 지점에서 급격히 뚝 떨어지지 않고 되도록 성능을 최대한 오랫동안 유지하면서 서서히 성능이 떨어지게 만든다는 개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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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30분 달리기의 감동

어린이~청년 시절 이후로는 평생 달리기라고는 제대로 해 본 적이 없었다가 몇 년 전에 체력증진 목적으로 조깅을 시작해 보았다. 그런데 인간이라면 당연히 걷고 뛰고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동작이고 걷고 뛰는 동작에 적합한 몸의 구조를 가지고 있을 텐데, 달린다는 것이 전혀 자연스럽지가 않았다. 처음부터 전혀 쉽지가 않았다. 

조금만 달려도 숨차고 옆구리 아프고 그러다가, 몇 달 지나서야 처음 30분을 쉬지 않고 달릴 수 있었다. 여전히 숨차고 옆구리 아프지만 그걸 30분 버틴 것이다. 첫 30분 달렸을 때의 감동을 잊지 못한다. 

 

 

여유있게 달리기 하고 싶다.

감동은 짧고 인생은 실전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 감동 후에 좀 더 오래 좀 더 멀리 달리다 보니 경미한 부상들이 차곡차곡 쌓이더니 결국은 여기저기 아파서 달리지 못하고 정형외과나 한의원도 좀 다니고 몇 달 쉬어야만 했다. 자신이 오랫동안 잘 쓰지 않던 근육과 관절을 쓰면서 평소 하지 않았던 행동을 하니 그 결과 특히 관절이나 인대 등이 버티지 못하고 탈이 난 것이었다.   

한번 아파보니 걷는 법, 달리는 법을 유튜브나 검색으로 방법을 찾아서 '공부'하게 되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인간의 한계일지도 모르겠으나 정말 아쉬운 게 아프기 전에 이것들을 공부했다면 좋았을 텐데, 항상 아프기 전에는 필요성을 못 느낀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

인간이라면 태어나서 저절로 하게 되는 그 행동을 공부하다니 좀 웃기긴 하지만, 우리는 어느새 이런 '기본'조차 근육과 신경이 다 까먹을 정도로 거의 안 움직이고 일과 공부를 위해 앉아만 있는지도 모른다. 현대사회에서 너무나도 편리한 생활 하다 보니 편안한 의자와 교통수단이 내 엉덩이와 허벅지의 근육이 일을 안 하고 놀게 만들어 결국에는 달리기라는 동작 자체가 일상생활에서 필요하지 않은 동작으로 뇌-신경-근육이 적응을 해버리는 것 같다. 

인간은 가혹한 환경에도 결국 적응하여 살아남는 놀라운 종이지만, 너무 적응을 잘하는 나머지 현대의 편안한 환경에서는 에너지를 많이 잡아먹는 근육을 빨리 없애버리는 전략을 취한다. 

스마트폰과 모니터가 거북목을 만들고, 두툼한 운동화가 오히려 발을 어떻게 써야 되는지를 까먹게 만들고, 편안한 소파와 의자가 엉덩이 근육이 뭘 해야 하는지도 모르게 만든다. 심지어 이런 몸이 되어버려도 편리함 속에 머물러 있으면 이미 적응해서 뭐가 잘못되었는지도 모른다. 

 

우아한 타락

보통 젊고 어릴 때 공부건 운동이건 세상 경험이건, 가성비나 효율을 따지는 태도보다는 좀 과하게 에너지와 시간을 투입하고 최고로 몰입해서 어떠한 경지까지 도달해 보는 것을 적극 추천한다. 

젊고 어릴 때 최고 속도, 최대 근력, 최대 근육량 등 비록 뭔가 비효율적으로 보여도 조금 과하게 운동하고, 더 많은 경험을 위해 조금이라도 더 넓은 세상을 여행도 해보고 공부도 조금 무리에서라도 최고의 실력을 쌓아서 더 좋은 환경에서 공부해 보고 그래야 한다. 젊고 에너지가 넘칠 때만 할 수 있는 것, 아니 그때 해야만 하는 것들이 존재한다.   

운동능력이나 체력의 예를 들자면 젊었을 때 최고의 피크점을 찍고 그다음에는 중장년~노년을 거치면서 최대한 오래 정점을 유지하다가 아주 서서히 ‘우아하게’ 떨어지는 ‘graceful degradation 전략’을 취하는 것이 오랫동안 체력을 유지하는 방법인 것 같다.  

 

오늘의 결론

지금 이 순간이 남은 나의 인생에서 가장 젊은 때이니, 성장할 수 있을 때까지는 계속 끝까지 성장하시길! 다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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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끝 -